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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과 지식재산의 중요성
전 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인력양성과 지식재산 보호이다.
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정보분쟁분쟁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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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는 말로는 현재 세계 주요국들 간 이루어지고 있는 이른 바 반도체 전쟁 시대의 심각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인 상황에서,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글로벌 전쟁터'다. 각국은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8월 이른 바 반도체법(CHIPS Act of 2022)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또는 장비의 건설, 현대화 그리고 확장을 위한 인센티브, 고급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 및 인력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프로그램 및 국가안보와 국제협력 이니셔티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과시키면서 반도체와 같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간 인프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일부 특허의 경우 공개를 제한하는 대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두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제안하면서 역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30년까지 20%까지 두배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구와 생산의 연계 시설을 증대하고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위한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2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동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 5년 단위로 전략산업 등의 육성·보호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첨단기술을 지정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주요 지원정책을 심의·의결하도록 하였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인프라 지원과 규제 특례로 반도체 기업 투자를 총력 지원해 5년간 반도체 분야에 340조원 이상 투자하도록 촉진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 연구인력의 해외 이직은 반도체 관련 지식재산의 유출 양상 중 방어가 가장 어려운 측면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인 LG와 SK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소송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배터리 분쟁'도 2019년 대규모 인력 유출이 그 시작이었다. 결국 2019년 4월 LG가 SK에 분쟁 제기한 지 2년 만인 2021년 4월 합의에 의해 분쟁이 종결되었다. 합의라고는 하지만, SK가 LG에 2조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 패권 전쟁에 있어서 그 핵심은 결국 인력이다. 단순한 이직 금지 기간의 설정만으로는 기술 유출 문제를 풀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인력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직무발명 보상 활성화와 같은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연수·안식년·학위과정 지원 등의 비금전적 보상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반도체 심사인력 증원에 힘쓰고 있다. 최근 5년간 반도체 분야 특허출원은 2017년 3만7656건에서 2018년 3만8504건, 2019년 3만9059건, 2020년 3만9913건, 2021년 4만1636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러한 출원 증가에 대한 대응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반도체 분야 기술 전문가를 전문임기제 특허심사관으로 선발, 신속·정확한 심사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문 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고경력자를 우대하고 합격자가 연령 제한 없이 근무할 수 있어 반도체 전문가가 공직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이다. 반도체 핵심 인력이 관련 공직에 몸담으려 할 것이냐는 우려를 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전체 반도체 인력 중 특정 비율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공직으로 향한다면 결국 전체 반도체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 비율도 줄어들 것임은 명확하다.
추가적으로, 특허청은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반도체 기술 분야 특허출원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 기존 반도체 일반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인 12.7개월(2021년 기준) 대비 약 10개월정도 빠르게 평균 2.5개월만에 특허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반도체 전쟁 시대에 있어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는 인력과 특허 분야에 있어 중요하고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인력양성과 지식재산 보호이다. 반도체 기술에 관한 전문가 양성은 물론이고 그러한 전문가가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자체에 대한 전문가가 지식재산 보호의 실무 각론을 자세히 숙지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재산 관련 분쟁 사례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중요하다. 예컨대, 앞서 언급하였던 배터리 인력 유출 분쟁 사례가 기존 지식재산 관련 교육 내용에 추가된다면, 기업들의 인력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