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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지식재산과 강제실시권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연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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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면 SUV와 같은 자동차도 예비군처럼 전시에는 징집 대상이 된다. 특허발명도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정부가 국방상 필요한 경우에는 특허권을 수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특허권의 강제실시가 정부가 특허를 무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강제실시는 어감상 정부가 강력한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실시권은 정부가 특허권을 수용하거나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특허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특허발명이 특허법의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그 기술을 공개하는 것에 의해 특허는 사회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관점에서 특정의 경우에 특허발명을 타인에게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허발명을 실시하려는 자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와 협의를 하였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허청장에게 통상실시권 설정에 관한 재정(裁定)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가 어떠한 것인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약품과 관련하여 강제실시가 청구된 사례는 4건이 있었다. 1980년 '비스-티오 벤젠'의 제조방법에 대하여만 3%의 실시료 율로 강제실시가 승인되었고,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의 제조방법, '글리벡(Gleevec, Glivec)', '푸제온(Fuzeon)에 관한 강제실시 청구는 '공공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기각되었다. '비스-티오 벤젠'의 사례와 같이, 강제실시가 인정된 경우라도 정당한 보상금은 지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상금액 = 총판매예정수량 × 제품의 판매단가 × 점유율 × 기본율'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기본율은 3%이며, 2% 이상 4% 이하로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공업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특허제도의 강화를 요구해 왔다. 이중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가진 특허는 의료·보건 치료약의 강제실시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국제적으로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발명자에 대한 보상의 문제가 아닌, 이에 대한 보호가 사회의 일반적 이익을 증진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강제실시제도의 핵심은 발명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아닌, 공공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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