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정거래조정원 시장연구실 권영관 선임연구위원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식재산권(IPRs)의 남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 내지 경쟁법(Competition law) 집행이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IP남용 문제를 중요한 공정거래 이슈로 보고 지난해 말에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경쟁정책 수립 및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금년 초에는 표준필수특허 남용을 이유로 퀄컴사에 대해 1조 311억 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해 국내ㆍ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독자들 중에는 “독점배타적인 권리인 지재권(IPRs)을 소유한 정당한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경쟁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재권의 행사가 정당한 권리행사인지 아니면 지재권의 남용인지에 대해 관점의 차이가 한 가지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재권의 행사가 정당한 권리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측정 기준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그런 의문이 사라지게 되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쟁당국이나 법원이 지재권을 보는 관점에 따라 경쟁법 집행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특허시스템이 일찍부터 가장 발전해온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특허를 포함한 지재권에 대해 반독점법 집행을 담당하는 경쟁당국의 개입 정도가 시대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보여 왔습니다. 한 때는 특허를 독점(monopoly)으로 간주해 경쟁당국과 법원이 특허권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지금은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라이선싱(licensing)시 각종 제한조건들을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경쟁에 미치는 잠재적인 효과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반독점법 위반행위로 취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특허권 행사에 대한 경쟁당국의 적대적인 태도가 크게 완화되었으며 그런 변화된 태도가 1995년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동으로 제정한 IP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었습니다. 동 IP 가이드라인에서 미국의 경쟁당국은 지재권의 행사를 원칙적으로 정당한 행위로 간주하되, 그 행위가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에 비해 경쟁을 저해하는 효과가 클 경우에 한해 반독점법 위반을 따지겠다는 기본 원칙을 확립하였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IP 가이드라인은 이후 전세계 경쟁당국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한편으로 앞에서 언급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특히 지재권법과 경쟁법과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재권법과 경쟁법은 모두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적 효율성 내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충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재권법과 경쟁법이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체적인 수단 중 특히 경쟁(competition)과 그것의 효과를 바라보는 관점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재권법과 경쟁법이 상충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재권법은 제한된 기간 동안의 독점이라는 유인장치를 이용해 경쟁을 촉진하여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에 경쟁을 촉진하여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쟁법과 근본적으로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경쟁법에서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로 일정기간의 독점을 유인장치로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독점이 폐해를 발생시킬 경우에 한해 문제를 삼을 뿐 독점 그 자체를 위법행위로 보지는 않는 입법례가 대부분입니다.
요컨대 지식재산법과 공정거래 내지 경쟁법은 근본적으로 그 목적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측면에서 차별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 원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공통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지재권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한 경쟁당국의 감시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필자는 지식재산에 관한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한 연구에 있어서 공정거래 내지 경쟁 관점에서의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지재권에 관련된 커뮤니티와 공정거래 내지 경쟁법에 관련된 커뮤니티 간에 교류가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양 분야의 커뮤니티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이루가 이루어져 새로운 지식들이 창출되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