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구조의 확산과 혁신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innovation) 속에서 각 분야에서 창출되는 지식재산 활용 체계의 형성은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의 한계와 경쟁국의 약진에 따라 우리나라가 정체의 늪(positioning trap)에 놓이게 되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지식재산을 둘러싼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기업, 연구소, 대학 및 개인 창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재산이 창출되고 있으나 많은 노력과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여 창출된 지식재산이 적절한 사후관리체제의 미비와 부진한 사업화로 인하여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식재산에 내재되어 있는 경제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와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형성과 함께 이러한 사업화에 요구되는 자금을 공급하고 새로운 지식재산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금융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가치창출을 위한 핵심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IP자산에 내재된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금융구조의 형성은 IP자산 보유자인 초기창업 기업이나 중소기업 및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원을 제공한다. 또한 미래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혁신생태계 진화를 위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식재산의 세계와 금융의 세계가 ‘지식재산금융(IP금융)’이라는 형태로 접점을 이루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IP금융을 형성하는 기본적 구조는 IP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cashflow) 또는 내재적 가치를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지식재산권이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있는 자산으로 전환되고 금융제공자가 이러한 현금흐름과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고 자금을 제공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 IP금융의 기본구조이다. IP금융을 구현하는 금융기법은 SLB(Sale and License-Back), 증권화(securitization), IP담보금융(IP-secured loan), 인큐베이션 펀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IP비즈니스 모델과 결합된 금융구조를 이용한 IP금융 기법이 출현할 것이다.
IP자산이 금융의 대상으로서 활용되기 시작하면 R&D의 결과물로 산출되는 IP의 품질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된다. 특허의 경우 청구항 문언의 작은 차이에 따라 권리 범위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특허출원 비용에 대한 예산 제약과 인식 부족으로 부실한 특허가 생산되는 사례가 많았다. IP금융을 통하여 자산으로서의 IP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 특허 가치를 좌우하는 출원과정에 대한 시각도 전환되어 권리형성 과정을 비용보다는 투자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특히 출원비용 부담이 크지만 IP자산 가치를 높이게 되는 해외특허 확보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어 투자가치가 높은 IP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품질의 IP자산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IP금융의 중요한 축이 되는 IP거래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IP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IP가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성립될 수 있는 IP거래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며, 상이한 위험수용성(risk appetite)을 갖고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시장이 발달하여야 한다. IP시장과 금융시장이 연결되는 IP금융 영역은 기존의 전통적 금융영역에 비해서 정보비대칭성의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위험-수익(risk-return)의 관점에서 투자대상을 평가하는 금융 영역과 기술개발 및 권리화 관점에서 접근하는 지식재산 영역을 같이 이해하고 이를 연계시킬 수 있는 매개자(intermediary)의 역할이 IP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 핵심적인 사안이 된다. IP금융이 실현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제도적 장애 못지않게 IP에 대한 금융전문가의 인식과 이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IP자산 보유자와 금융 제공자간의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IP와 금융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풀과 전문성을 가진 매개기관의 형성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IP금융은 아직도 도입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방향성도 기술, 금융, 법제도적 환경, 시장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현대 경제의 가치활동(value activity)의 중심 영역과 기업의 핵심 자원이 무형자산(intangible asset) 기반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인정한다면 IP금융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주목하고 참여해야할 영역이다. 이와 관련하여 ‘Festina lente’라는 로마시대의 경구를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경제 환경 속에서 미국, 유럽국가 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IP금융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IP금융 생태계의 형성에 실기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festina).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시장성을 지향하면서 시장참여자의 역량 축적과 시장구조의 성숙도를 고려한 신중하고 점진적인(lente) 접근 또한 필요하다.
IP금융 체제를 형성하고자 하는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결코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미국을 제외하면 여타 국가에 비해 앞서 실천해 나가고 있는 영역도 있다. 실제 거래경험의 축적과 평가를 통하여 교훈을 얻음으로써 우리 실정에 적합한 IP금융 모델을 개발하고 IP와 금융의 논리를 이해하는
인재풀을 형성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경제 단계상 더 이상 추격자(fast follower)의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으며 혁신 선도자(first mover)로 역할을 전환해야 함을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세계적으로도 도입기에 있는 IP금융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IP금융의 모델을 형성하여 나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