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ip 한국지식재산연구원 Korea Institute of Intellectual Property
전문가 칼럼
지식재산과 의약산업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 박성민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CEO 출신 저자는 ‘우리는 막대한 연구 개발비 등 때문에 글리벡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살아남으려면, 특허 보호는 아주 중요하다’라고 주장하였다(Daniel Vasella, Magic Cancer Bullet, 2003 참조). 한편, 위와 같은 주장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한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우리’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전략 중에 하나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Marcia Angell, The Truth About the Drug Company: How They Deceive Us and What to do About it, 2004 참조).

특허법의 목적인 발명의 보호·장려와 발명의 이용 도모라는 두 가지 가치는 합리적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전제하에 동태적으로(dynamically) 조화를 이룰 수 있다(정상조, 특허법 주해 I, 2010). 그러나 정태적으로는(statically)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과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의약품 분야는 이러한 갈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TRIPS나 TPP, 한미 FTA 등 여러 국제적인 협정에서도 의약산업에서의 지식재산의 보호 범위나 방법이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의약산업에서 지식재산 보호는 단순히 후발의약품 제약회사의 특허발명 실시를 제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권을 제한한다.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재산 보호를 강하게 할수록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의 주머니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제약회사에게 더 많은 돈이 지출된다.

의약산업에서 지식재산의 보호 범위나 방법은 이와 같은 의약품의 특성과 우리나라 의약산업 현실을 고려하여 발명의 보호·장려와 발명의 이용 도모라는 두 가지 가치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신혜은, 우리나라 제약산업 실정에 부합하는 한국형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시행방안, 2014). 이러한 거대담론을 짧은 지면에서 다루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고등법원과 특허법원이 우리나라 의약산업과 지식재산의 보호에 관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에 대하여 판단을 한 일이 있었다. 거의 동일한 사안에서 완전히 동일한 쟁점이 문제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과 특허법원의 견해가 전혀 달랐다. 이것은 지식재산과 의약산업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편의상 구체적인 수치 등은 약간 각색하였다).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특허에 도전하여 승소한 후 그 판결을 신뢰하고 후발의약품을 조기에 출시하였다. 이에 오리지널 제약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부여받은 재량을 행사하여 해당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후발의약품 제약회사에게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오리지널 제약회사는 후발의약품 제약회사의 특허침해 및 그에 수반되는 행위로 인하여 약가가 인하되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후발의약품을 조기 출시해서 얻은 이익은 1억 원 정도였는데 오리지널 제약회사가 약가를 인하하여 입은 손해는 15억 원 정도였다. 쟁점은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위 15억 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우선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으로 내린 약가인하로 인하여 이익을 얻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오리지널 제약회사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고 했다. 또한 특허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후발의약품을 조기 출시한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으로 내린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인하(오리지널 제약회사는 그 약가인하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음)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후발의약품 제약회사는 대법원에서 특허법원 판결이 파기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조기 출시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인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후발의약품 제약회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인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타당한지 아니면 특허법원 판결이 타당한지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과 특허법원의 견해 차이는 지식재산과 의약산업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생각거리이다.

그렇다면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특허법원 판결 중 어느 판결이 특허법의 목적인 발명의 보호·장려와 발명의 이용 도모라는 두 가지 가치의 조화를 이루는 판결일까. 어느 판결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요구되고 실패 확률이 높은 의약발명에 대한 보상과 우리나라 국민의 의약품 접근권 및 국민건강보험 재정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제시한 것일까. 약사법상 허가특허연계제도나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보건복지부 실무에서는 후발의약품의 특허도전과 조기 진입을 장려하고 있는데 특허법원에서 승소하여 그 판결을 신뢰하고 후발의약품을 조기 출시한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현저하게 많은 약가인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로운 것일까.

작년에 후발의약품 진입으로 인하여 약가인하 처분을 받은 오리지널 제약회사가 그에 대하여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고 그 신청이 인용되어(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17. 10. 31.자 2017-1700 결정) 지금까지도 약가인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제 사례가 있다(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6514호). 보건복지부장관의 재량으로 내린 약가인하 처분에 대하여 다투지도 않은 오리지널 제약회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원하지도 않았고 약가인하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없는 후발의약품 제약회사에게 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할까.

한 예로 후발의약품 제약회사가 특허법원에서 승소하였을 때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될 확률보다는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약가인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상급심 법원에서 심리가 계속되는 1년 내지 5년의 기간 동안 후발의약품 출시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건강보험과 환자들은 높은 약가를 부담해야 하고 후발의약품 제약회사는 특허도전 성공에 대한 보상을 그만큼 받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이 합리적인 의약발명의 지식재산 보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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