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와 지식재산권, 혁신은 바이오 빅데이터로 부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진근 교수
2017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차세대지식재산특별위원회'가 꾸려졌고, 필자는 「제4차 산업혁명 핵심 IP」의 소위원장을 맡아 AI, 빅데이터, AR/VR, 그리고 바이오 분야의 국가지식재산전략에 대해 논의하였다. 필자의 관심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인 AI, 빅데이터에 있었는데, 논의를 전개하는 중에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AI와 빅데이터가 기술수단이라면 최종 소비자를 지향하는 상품시장이 있게 마련인데, 가장 중요한 시장은 단연 바이오 분야였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무병장생의 길, 그 길에 바이오 빅데이터 산업이 있었다. 바이오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은 제약, 조제, 진단, 처방, 건강보조식품 개발 등 전 분야에서 널리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격의료에 활용될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바이오 분야는 국방예산 다음으로 정부R&D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있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2019년 '바이오 산업 IP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바이오 특위에서는 의료행위의 발명성, 리서치 툴 등의 특허법적 쟁점과 함께, 바이오 빅데이터 이용을 위한 혁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 바이오 빅데이터 시장은 2013년 52억 달러에서 2023년 629억 달러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특히 데이터 해석 및 분석 분야의 성장률은 연평균 37%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료분야 연구진들은 법제도의 미비로 바이오 빅데이터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국가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체계적이고도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으나, 법제도의 미비로 이를 활용하지 못 하고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구슬은 많지만 꿰지를 못 하는 형편이었다.
바이오 빅데이터를 위한 법제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이다. 바이오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정보로 취급되고, 개인정보는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수집, 이용, 배포 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2020년 2월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개정하여 가명정보와 가명처리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었으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정보인 바이오 데이터의 이용에 있어 동의요건이 완화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감정보 처리제한 규정인 제23조가 개정법률 제15조 이하 규정의 적용 대상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하는 인권단체 등의 의견이 신문지상에 보도된 바 있다. 향후 시행령이나 지침에서 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제28조의2는 통계작성 등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용정보법에서 '상업적 목적'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대비되어 상업적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빅데이터 산업의 근본에는 '산업'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하여 이 역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반면,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에서 큰 장애를 찾지 못 한 점은 다행이다. 다만, 빅데이터에 저작물이나 데이터베이스가 포함되는 경우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규정에 따라 면책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반면, 산업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 역시 신속하게 처리되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ISP, OSP와 같은 보조자들의 책임제한규정이 필요한데, 저작권법은 폭넓은 책임제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개인정보 보호법은 협소한 책임제한 규정을 가지고 있어 이점에 대한 개선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혁신은 기존 산업이나 이론과 대립하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타다' 논쟁과는 달리 바이오분야는 혁신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과정에서 있었던 국회의 논쟁들을 보면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혁신은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과 관점의 변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