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의 독점과 공유,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가 주는 교훈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명수
14세기 중기 전유럽을 휩쓴 페스트(흑사병이라고도 함)는 당시 유럽 인구를 1/5로 줄어들게 하였고, 백년전쟁이 중단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 이후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은 페스트 보다 훨씬 많고,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900만명) 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계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필자 역시, 그런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은 과거 역사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한 특이한 질병이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마저 식상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현실성이 없는 옛날이야기로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작년 말 시작된 '코로나 19' 사태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브라질, 인도 등 전 세계를 팬데믹(pandemic)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며, 우주 개척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외치던 인류에게 다시 한 번 겸손의 자세와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겸양의 미덕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의 종식이 언제 올지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코로나 19' 이후의 삶은 그 이전의 삶과 다를 것이며 또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로나 19' 사태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질병의 발생과 강한 전염성, 이로 인한 건강의 보호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인류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즉, 외출 및 모임 자제 등에 의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휴업과 폐업, 재택근무의 활성화, 긴급 돌봄 서비스 지원, 의료인력 확대에 관한 논란, 기본소득과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집행, 전국민 고용보험의 필요성, 보편적 환경보호 등 실로 개개인의 의식주부터 인류 공통의 환경과 위생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그 동안 우리가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19' 사태가 지식재산권 영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최근 들어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백신의 선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건강과 생명권 보호에 있어 선진국과 비선진국 국민들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러한 독점은 우려스럽지만, 개발된 백신에 특허권을 주장하는 경우 사용료를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선진국들 중심으로 백신이 사용될 거라는 예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2020년 1학기부터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교육에 있어 타인의 저작물 사용과 저작권 침해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 제25조에서 이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동안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는데, '코로나 19' 사태는 동 규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에 지난 2020년 3월 21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교육기관 '원격 수업 및 학습'을 위한 저작권 FAQ」 자료를 제작·배포하였고, 필자는 동 자료를 활용하여 최근 여러 곳에서 '비대면 교육에 있어 저작권 침해 문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비록 2가지 정도의 예만 들었지만 선진국들의 백신 선점에 대해서는 특허법상 강제실시권의 발동문제가 중요하고, 비대면 교육에 있어 타인의 저작물 이용은 비대면 교육의 일상화라는 점에서 예외가 아닌 원칙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동안 권리자의 독점적 사용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해 왔던 지식재산권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유의 측면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지식재산권이나 권리자의 보호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은 제3자의 사용금지 측면이 중요시되어 왔다면 이제는 함께 사용하면서 그 사용에 따른 이익을 권리자에게 적절히 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볼 때 오늘날과 같은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가 마련되고 확립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7~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특허제도는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19세기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 일부국가에서는 특허권 인정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나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고, 저작권 분야에서도 20세기 후반부터 지적 창작물에 대한 공유를 내용으로 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깊이 고민하여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독점적 보호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권리의 공유를 통한 인류 보편적 공통 가치의 증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코로나 19' 사태가 오늘날 지식재산권 영역에 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