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무역분쟁은 곧 지식재산 분쟁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성중
2017년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제무역 체제는 전례없는 긴장과 불확실성의 시대로 돌입했다. 무역장벽을 세우고 외국 상품을 막으려는 보호무역의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이 국내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어서 많은 전문가들이 20세기 대공황과 세계대전의 교훈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무역분쟁은 특히 지식재산과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종전의 무역분쟁이 주로 농산물이나 제조업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여 수출입을 막는 데 치중해 왔다면, 21세기의 무역분쟁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상대국의 지식재산 제도 개선을 표적으로 삼거나, 자국의 기술 유출을 막고 외국 자본의 자국 기술기업 투자를 차단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더하여 다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지식재산 보호제도가 미흡하다는 통상법 제301조 보고서에 입각하여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주요 내용으로 중국의 지식재산 제도 개선의무를 명시한 것에서 보듯, 지식재산은 무역분쟁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핵심적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무역분쟁의 알파와 오메가만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가 무역거래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삼성-애플, LG-SK 간의 미국 ITC section 337 분쟁에서 보듯 지식재산권은 미국 시장 진입 여부를 좌우하는 전략적인 고려사항이다. 한국에서도 「불공정무역조사 및 산업피해에 관한 법률」이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의 한국시장 진입을 봉쇄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 무역분쟁과 지식재산의 관계는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필수적인 의료 장비의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무역을 제한해야 하고, 생필품이나 치료제의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를 얻고 각국의 정책으로 표출될 것이다. 새로이 개발될 치료제나 백신을 둘러싼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익을 어떻게 균형있게 반영할 것인가, 의약품의 강제실시권 발동이 가능한가, 신종전염병 치료제의 시판허가를 위한 요건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가 등등의 지식재산 관련 쟁점들이 국경을 넘는 이해당사자 간의 대립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제 '무역분쟁은 곧 지식재산 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호무역과 신종전염병이 빚어내는 삼각파도 앞에서, 정부와 기업의 지식재산 정책 담당자들의 분투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