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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특허제도와 기술안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경제적 제재와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한 대응이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융합보안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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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각국의 기술전쟁이 뜨겁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경제적 제재와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한 대응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기술 전쟁이 단적인 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대표로 있는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Broadcom Inc.)의 퀄컴 인수합병 거부,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 Ltd.)의 5G 통신장비 사용 배제, 동영상 게시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을 운영하는 중국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 Ltd.)와의 거래 금지 등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 뿐 아니라 자국의 이익과 국가안보를 위해 첨단 과학기술 및 지식재산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도 「수출 관리·통제법」제정을 통해 특정국가나 지역이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해 중국의 국가안보와 국익을 해치는 경우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일본에서는 '경제시책을 종합적으로 강구하는 것에 의한 안전보장의 확보 추진에 관한 법률(경제안보추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①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 강화, ②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정성 및 신뢰성 확보, ③ 첨단 핵심기술 개발의 민관 협력, ④ 핵심기술의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 도입 등 크게 4가지 주요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특히 주목해볼 사항은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비밀특허제도) 도입'이다. 일본은 그동안 특허출원에 대한 비공개나 해외출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자국 전문가들로부터 국방 및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특허에 대한 통제 제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2019년 비밀특허제도에 대한 검토를 시작, 2020년에 일본 정부가 해당 제도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일본은 우리나라 특허법 제41조(국방상 필요한 발명 등)을 참조하면서도 특허출원의 비공개 제한 범위를 국방상 필요한 발명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안보, 기술안보의 관점에서 비밀유지가 필요한 핵심기술의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외국에 출원하는 경우에는 일본에 먼저 출원하도록 하는 해외출원 제한 규정까지 신설했다.
일본과 같이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비밀특허제도를 운영하거나 해외 특허출원을 제한하는 국가는 일본을 포함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WIPO(세계지식재산기구) 가입국 기준 28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특허법(§181 내지 §188)을 통해 특정 발명의 비밀유지와 함께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에 대해서는 미국 출원 6개월 이내에는 외국에서의 출원을 제한하고 있는 '해외출원허가증(foreign filing license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특허출원이 국민 보안에 유해할 수 있는 내용인 경우 상세 정보의 공개를 금지하거나 제한(§22)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영국 특허청장의 허가 없이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특허출원을 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23)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도 마찬가지로 국방상 필요한 발명이나 국가기밀을 포함하는 특허출원의 경우에 이를 비밀로 취급하게 하거나 자국 특허청에 우선 출원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또한 전리법에서 국방 관련의 국가기밀에 관련되는 발명의 특허출원은 비밀로 유지하게 하는 한편, 외국에 출원하고자 하는 경우에 국무원 특허행정부서(전리국)에 먼저 특허출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12월에 시행된 수출관리법을 통해 기술자료 및 데이터까지 해외 반출 제한품목으로 지정하여 통제하고 있다.
특허제도는 기술의 공개를 통해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비밀특허제도는 군사적 사항이나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여, 이에 대한 특허출원을 제한하거나 출원 자체를 비밀로 취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비밀특허제도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특허와 함께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 등과 같이 '보안'적 영역이 중첩된 형태를 띠고 있어 공개와 비밀, 자율과 규제라는 상반된 두 개념의 조화와 융합적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 선진국은 국가안보와 함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를 위한 경제안보를 이유로, 국가핵심기술이나 주요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관련 기술 등)에 대해서는 특허출원 그 자체를 비밀로 취급하게 하거나 해외 특허출원을 위해서는 자국에 우선 출원하게 하고 있다. 이는 특허출원 기술에 대한 통제 목적이 아니라, 자국의 핵심 특허기술을 사전에 파악하고 안보 위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자국의 특허기술은 자국이 먼저 습득하여 기술안보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우리나라도 특허법 제41조를 통해 '비밀특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방상 필요한 발명'에 한정되어 있을 뿐, 국가핵심기술 또는 주요 산업기술의 특허출원에 대한 적용이 어렵다. 특허출원 기술이나 연구개발 결과물을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특허출원하는 경우 이를 제재하거나, 특정 법 조항을 근거로 제한하기 쉽지 않다. 특히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의 수출 등에 관한 사항'의 제한규정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있는 기술의 경우, 국가안보 또는 기술안보와 밀접한 관련 기술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미리 파악하고 차단·제재할 수 있는 적정 규정은 없어 보인다.
특허법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관련법들은 산업보안법의 체계에서 '간접적 산업보안법'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해당 기술이 특허출원을 통해 공개되었거나, 공개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산업보안 분야에서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안보, 기술안보가 국가 성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특허제도 또한 국가핵심기술과 관련 특허출원 기술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규정과 대안이 필요하다.
특허법 제41조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국방상 필요한 발명' 뿐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 또는 '국가의 이익과 관련되는 기술'로 비밀취급 범위를 확대하거나, 국가핵심기술과 관계된 특허출원 기술에 대해서는 별도의 출원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절차를 두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또한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발명이 이루어진 기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먼저 특허출원하도록 하거나 국내출원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해외출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곧, 국가핵심기술에 준하거나 국가의 안보와 관련되는 기술이 우리 정부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부지불식간에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국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에 대해서는 국내 특허출원을 우선하도록 하여 우리나라 기술의 발전과 산업발전, 나아가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