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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사장(死藏) 시대의
종언(終焉)을 기대하며
아이디어는 사전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구상을 의미하며,
넓게는 의견, 신념, 설계, 도식, 암기, 사고를 포함한다.
김혁준(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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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란 무엇인가?
아이디어는 사전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구상을 의미하며, 넓게는 의견, 신념, 설계, 도식, 암기, 사고를 포함한다. 최근에는 상업·경영 용어로서, 활동을 발전시키고 충실하게 하는 창의와 착상 전반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특허법 등 산업재산권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받는 아이디어와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받지는 못하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본고에서 논의하는 아이디어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포함한다.
아이디어의 중요성
기술혁신이 장기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2019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기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통적 경제성장 방식인 자본 축적 이상으로 아이디어 축적이 중요해졌음을 강조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를 '아이디어 경제'로 명명하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대전환으로 정보와 지식이 급증하면서, 이를 창의적으로 재조합하여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아이디어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4차 산업혁명이 처음 주창된 2016년 이후 산업재산권 출원은 28%, 저작권 등록은 57% 증가하였는데 같은 기간 국내의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건수는 5배나 증가하였다. 기업들이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 속의 생존을 위해, 코로나 19 이후 도래할 디지털시대에서의 성장을 위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해 외부의 아이디어의 활용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아이디어 활용 생태계 조성 미흡
그러나, 국내에서 외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외부 아이디어를 혁신에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혁신 참여 비율이 높지만 국내기업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외부 아이디어 활용 과정에서 기업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개방형 혁신에 주저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고 국내에 기업의 개방형혁신을 지원해주는 서비스 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다. 외부 아이디어의 보호 공백도 존재한다. 현 지식재산권법 체계에서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만 재산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외 아이디어의 경우 보호 수단이 없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아이디어 탈취를 제재하고 있으나, 행정조사와 시정권고에 그쳐 강제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아이디어 관련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공모전에서의 아이디어 보호 강화를 위해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지침을 2013년 배포되었으나, 여전히 대다수 공모전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규정이 미흡하다는 연구가 있다. 제안자의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다수인 상황이다.
그간의 정책적 노력 및 한계
정부는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부가가치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그 초점이 아이디어 창업과 사업화 지원에 있었기에 초기 아이디어의 창출, 보호, 활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이디어의 활용을 촉진하는 그간의 정부 정책방향이 아이디어 창업 지원에 편중되어 있어 국민 아이디어의 활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부족한 편이다. 개방형 혁신 지원을 위해 '기술이전 및 사업화' 정책을 추진 중이나, 정부 R&D 기술의 이전과 사업화 중심이어서 국민 아이디어의 활용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부처에서 국민제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주로 정책제안을 위한 것으로써, 비즈니스로 연계되는 아이디어 활용과는 역시 거리가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 매칭 플랫폼도 일부 운영 중이나, 일반 국민의 참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아이디어로(ipmarket.or.kr/idearo/)의 가능성
특허청은 2021년 3월 국민과 기업 등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쉽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로(ipmarket.or.kr/idearo/)'를 개통하여 운영 중이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및 국민이면 누구나 아이디어 수요자 또는 공급자로서 자유롭게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상호 공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이디어로'의 핵심인데 지식재산권 및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모든 종류의 아이디어까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운영 초기라서 아직까지 이용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우리 경제의 성장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여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