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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웹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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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이 핵심이 되고 있는
문화 한류

전문가
칼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양지훈 연구원

내용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 <BTS>는 음원을 낼 때마다 빌보드 차트를 비롯한 각국의 주요 차트에서 최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수 드라마들은 세계 각 지역 넷플릭스 순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추천 목록 최상단을 지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문화계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해외에서의 성과들이 의심할 겨를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때 변방의 문화나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유행하는 일시적 트렌드로 과소평가받았던 '한류'가 전 세계로 영향력을 키우며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울이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있고, 우리가 해외에 방문할 때도 이따금씩 현지 한류 팬들에게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는 일까지 쉽게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화 한류에 있어서 콘텐츠 IP(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본래 원천 콘텐츠(source contents)의 저작권과 상표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로 확장이 용이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소설 <해리포터>의 영화로의 확장이나, 마블의 만화 <어벤저스>가 영화로 제작되고 완구·테마파크 등의 2차 저작물로 확장되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BTS> IP를 활용하여 옷이나 인형 같은 MD 상품을 만들거나, 웹툰 원작을 활용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콘텐츠 IP 확장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비즈니스를 배가시키는 일련의 지식재산권 묶음(portfolio)을 콘텐츠 IP라고 한다.

콘텐츠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IP 확장이 원천 콘텐츠 자원이나 성과를 전이시키고 기존 원천 콘텐츠의 가치를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IP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원천 콘텐츠의 인지도와 완성도, 성공 요소들을 기반으로 제작이 진행되어 실패 위험(risk)을 줄일 수 있다. 또 원천 콘텐츠의 자원을 활용한 2차 콘텐츠가 흥행할 경우 자연스럽게 원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도 하다. 따라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 원천 콘텐츠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해당 IP를 게임·영화·드라마·만화, 캐릭터·완구, 출판 등의 타 장르로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을 고려하는 것이 글로벌 수준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핵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글로벌 플랫폼의 출현으로 전 세계 콘텐츠 이용자들이 모두 같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디지털 경제로의 급전환은 IP 확보 전쟁을 촉발시켰다.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를 통해서 전 세계 콘텐츠 소비자들이 같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게 되고,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 등을 통해 전 세계 음악 콘텐츠를, 스팀(Steam) 등을 통해 전 세계 게임 콘텐츠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을 유입시켜야 하고 이들을 위해 현지화된 콘텐츠까지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양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다양한 국가에서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30여 개 언어로 190개 국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현지 콘텐츠 IP를 공격적으로 사들여 콘텐츠를 수급, 회원 수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 한류 팬덤이 형성된 국가의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부분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콘텐츠 IP를 사 갈 때 초기에 막대한 보상금을 주며 일회성 지급으로 배급권 이상의 IP 전권을 사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금액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러닝 개런티(running guarantee)가 아니기에, 그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더라도 방영 성과에 대한 이윤의 대부분은 글로벌 플랫폼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계약 방식은 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IP 전권이 글로벌 플랫폼에 속하게 되면 원작 콘텐츠 IP를 활용하여 속편을 제작하거나 타 장르로 확장할 기회도 모두 막히게 되어 킬러 콘텐츠로 발전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심지어 IP 전권이 넘어가지 않더라도 한 콘텐츠가 특정 글로벌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포지셔닝되는 순간 다른 플랫폼으로 팔리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현재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단계이고 이후에 디즈니 플러스(Disney+), HBO맥스(HBO MAX), 아이치이(iQIYI)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경쟁사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수급하려고 시도하면서 콘텐츠 계약 시 한국 콘텐츠 기업의 교섭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리한 IP 계약 방식이 고착되고 한국 콘텐츠의 판매 방식이 IP 전권을 파는 것으로 인식되어버리면 콘텐츠 IP 확장의 경로가 막혀 한국이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만 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낮지만은 않다. 실제로 한국과 달리 일본 콘텐츠의 경우에는 워낙 콘텐츠 IP 거래에 대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어 글로벌 유통사와 거래 시, IP 전권을 가져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경향성이 있다. 또 일본의 콘텐츠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아예 원작자를 참여시켜서 제작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때, 진출 초기부터 콘텐츠사업자와 정책 당국 모두 콘텐츠 IP 관련 계약 방식과 관행을 잘 정리하고 불공정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류는 2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변방 문화에서 중심지 문화로 이동하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상과 발전에 맞는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그 핵심이 IP 비즈니스로의 인식 전환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콘텐츠 IP 보호와 관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진 콘텐츠 경쟁력에 콘텐츠 IP 기반의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지원이 만날 경우 시너지가 기대되며 또 다른 차원의 한류 확산과 한국의 문화 선진국 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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