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위치: 처음 > IP FOCUS > 전문가 칼럼
내용
비대면 환경의 장기화가 우리 삶 전반에 뉴노멀(New normal)로 확산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상과 비즈니스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발전하고 디지털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격변과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AI,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중시한다. 또한, 5G,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인프라의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상현실의 발달로 인해 공간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기관은 올해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기술이 우리 생활양식의 디지털화를 더욱 빨라지게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그 역할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먼저, 데이터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 거래와 활용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연구자 등이 데이터를 내놓기에는 현행법 상으로는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는 무형물이므로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데이터베이스의 형태와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뿐이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법적으로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누구도 거래를 위하여 데이터를 선뜻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최근 데이터의 유통·활용에 초점을 둔 일련의 제·개정 법률안이 잇달아 발의되었고, 데이터 보호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12월 8일 조정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데이터 기본법(안)」 제12조에서는 "데이터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데이터 자산')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사용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제작자의 영업에 관한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사한 취지의 데이터 보호 규정을 다룬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 촉진법(안)」에서는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에게 데이터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데이터 관련 중요한 지식재산 이슈는 데이터 활용·분석의 면책에 관한 것이다. 흔히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는 타인의 데이터를 이용하게 되는데, 해당 데이터가 저작물이라면 분석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복제, 전송 등의 행위는 필연적으로 저작권 침해의 문제를 동반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산업계에서는 빅데이터 산업의 장애 요소로 저작권을 꼽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영국, 독일 등은 이미 입법 개선을 통해 데이터 분석에 관한 면책 규정(Text and data mining: TDM)을 마련하였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 기본법(안)」에는 정보분석을 위한 데이터 이용 시에 저작권 침해 및 공개된 개인정보의 수집, 분석을 면책하는 규정이 있다(안 제13조). 또한,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에서도 "학술적 연구 등을 위한 목적"의 분석에 한정해서 복제 및 전송을 허용하는 TDM 면책 규정을 마련하였는데, 산업계는 비영리적 이용만 허용하는 규정을 비판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받아들여 영리적 목적의 TDM까지 허용하도록 수정하였다.
이 밖에도 데이터의 거래·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가치평가나 로열티 지급방법 마련, 품질인증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인프라 측면에서는 데이터거래소와 거래전문가 등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구조가 AI, IoT 등 기술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지식재산·인공지능 회의(WIPO Conversation on Intellectual Property and Artificial Intelligence)를 개최하여 AI가 관여한 발명·창작물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과 이를 지식재산 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지난해 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를 신설했고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는 AI 창작권의 신설, 권리의 귀속, 진보성(창작성) 요건, 인간의 창작물과 구별하는 방안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AI 개발 계약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가 성과물과 기술자료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비대면 환경에서 가상공간 속에서도 오감을 느끼고 현실과 같이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실감 콘텐츠 관련 기술(대표적으로 AR/VR)과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실감 분야는 모든 사회 영역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데이터, 홀로그램, 미디어파사드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융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감 콘텐츠는 여러 법률의 중복 규제를 받을 뿐만 아니라, 실감 콘텐츠에 대한 정의나 규제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지원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지체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개혁하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관련 입법을 정비하고 있으나, 실감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법률 제정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식재산 관점에서 실감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는 주로 제작과정에서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저작권법은 디지털기기 이용 시 다른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를 면책하는 부수적 이용 규정을 두고 있다(제35조의3). 그러나 실무에서는 면책 대상인 '부수적 이용'이 무엇이고 그 허용범위를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감 콘텐츠 제작·활용을 위한 저작권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부수적 이용에 대한 면책은 '상표', '디자인', '퍼블리시티권' 등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으므로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등의 개정 검토 역시 요구된다.
그리고 실감 콘텐츠에는 음악, 이미지, 사진, 영상 등이 이용되는데, 현재 정부가 구축한 공공 DB의 실감용 재료콘텐츠는 실감 사업자가 활용하기에 부적합하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 영상의 경우 실감에서 요구되는 질적 수준(8K, 18K 등)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저작권 처리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공공 DB를 모아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실감 콘텐츠 통합 DB'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디지털 경제에 있어서 주요 지식재산 이슈를 살펴보았다. 우리는 디지털 대전환과 신융합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지식재산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핵심적 인프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식재산 정책은 여전히 융합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산발적 거버넌스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가의 수반이라면 이 부분을 꼭 챙기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