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 본문 내용 바로가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웹진 2021년 05월호

페이지 위치: 처음 > IP FOCUS > 전문가 칼럼

코로나19 백신개발과
지재권 면제 논의

전문가
칼럼

법률사무소 솔 대표변호사/변리사 정진섭

내용

오늘날 국제사회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빈부 격차에 따른 환경문제·자원문제·인구문제·식량문제 등 난제를 겪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격차와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 각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인류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번영의 길로 들어서거나, 아니면 공멸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를 기로에 서 있다.

작년 6월 방글라데시 국적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Yunus)'를 비롯한 10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예술가, 정치 지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 세계의 공통 이익이라며 무상 배포하도록 제안한 바 있고, 그 무렵부터 G-20 선언,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의료진 및 고령 위험자 접종이 끝나면 글로벌 차원에서 분배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었다.

그 영향으로 최근 5월 5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백신 제조업체에는 지식재산권의 상용화 독점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개발 비용을 보상하고, 선진국의 세계적 의약품 제조 기술을 활용하여 대량 공급을 통해 사태 해결을 하자는 제안이다. 국가 간 백신 접종 격차가 벌어지면, 코로나19 극복과 세계경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우려에서 WHO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을 면제한다 해도 여전히 대다수 국가는 백신 생산 능력이 없고, 백신 품질관리의 위험성만 높아지고, 글로벌 차원의 공급 부족 사태를 일거 해결하기는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EC 국가들이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으며, 개발을 주도한 제약회사들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 국제적인 특허발명의 개발이익 분배 공유 문제는 140년 전부터 이미 논의가 시작되었다. 1883년 체결된 '산업재산권보호에 관한 파리협약'은 내외국인 평등, 우선권 제도, 특허독립을 3대 원칙으로 삼되,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긴급 상황에 필요한 경우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기술을 강제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로부터 110년 지나서 체결된 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1995년 TRIPS 협정)도 특허기술에 대한 강제실시권 제도를 명문화함으로써 특허기술의 독점에 따른 폐단을 막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적인 의약품 개발과 공평한 분배 이용 문제는 일찍부터 국제지식재산권 제도의 일부로서 논의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남북 문제 해결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어 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현행 특허법상 강제실시권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상으로 충분히 가능한 조치이며, 다만 강제실시권 적용 요건이 까다로우므로 그 요건을 완화하자는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더욱이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의 투자비용은 각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하에 이루어졌으므로 정부 차원의 공공재라는 측면이 있고, 백신 연구·개발자나 제조업체가 권리 독점만을 추구한다면 대량 공급의 기회가 위축되는 반면, 만일 공공재 개념으로 일반 의약회사에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경우 대량 공급이 가능하게 되어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백신 공동 이용 제안의 성사 여부는 각국의 이해관계 충돌 조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며, 일시적 특수 상황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개발업체 및 원천기술 보유국들이 어디까지 양보하고 포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WTO 협의 및 의결에는 만장일치를 요하는데, 정작 백신의 생산 및 분배는 매우 단기간에 실행되어야만 한다는 긴급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재권 면제 및 공개보다는 차라리 원천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살려두고, 백신 생산 능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이 동시에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그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국가나 연구기관, 제약사에 로열티를 내고 기술이전을 받아서 생산하게 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의약품 제조 기술은 0.01%만 공개되지 않아도 그 효과를 내지 못하고 그 부작용이 클 수 있는데, 바이오 기술의 경우 특허출원할 때 기술 내용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며, 만일 백신 기술을 공개하라고 하면 그 개발자가 출원할 때 공개하지 않은 핵심 기술을 내놓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은, 지구는 하나이며 지구 위에 사는 인류도 하나라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장차 또 다른 팬데믹이 올 때 백신 개발자들의 개발 의욕을 꺾지 않으려면, 지재권 면제 또는 강제실시권 발동보다는 차라리,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서,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마다 로열티를 지급하고 기술이전을 받아서 글로벌 차원의 생산 능력 및 분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타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에도 이 방안이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와 바이오 기업들은 안전하고 효능이 뛰어난 백신의 대량생산과 코백스를 통한 백신 분배에 적극 참여하여 인류 건강을 지켜나가겠다는 각오와 국제 연대 정신을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지난 기사 보기의 년도별 탭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