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혁신의 토대, 지식재산:
첨단기술보호제도의 과제
글:심미랑 연구위원(한국지식재산연구원 법제도연구실)
기사 본문
첨단기술보호제도는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법·제도적 장치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허법"을 비롯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등 다수의 법률을 통해 첨단기술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첨단기술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침해나 유출이 발생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증거 제출을 광범위하게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미국식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민사소송만으로는 침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사건에서는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권을 활용할 수 있는 형사사건으로 먼저 착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식재산 범죄(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디자인보호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위반 포함) 건수는 한 때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2년 이후 다시 증가하여 2023년에는 22,527건으로 전년 대비 167% 급증하였다(출처:2024 범죄백서). 다만 사건의 상당수는 상표·저작권·부정경쟁행위 등 이른바 '서민형 범죄'에 집중되어 있으며, 기술침해형 범죄 가운데서는 특허 침해보다 영업비밀 침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침해형 범죄가 발생할 경우, 개별 기업의 손해를 넘어 산업 전반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형사사법 처리 양상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분명히 나타난다. 지식재산 범죄 전반의 기소율은 2023년 기준 32.6%로 낮은 수준이며, 기소된 사건 중 88% 이상이 구약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반면 영업비밀의 국외 유출이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은 대부분 정식 공판에 회부되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 해외 유출이 단순한 재산범을 넘어 국가안보 및 산업안전에 직결된 중대 범죄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건들이 여전히 대부분 단독재판부 관할이라는 점은 전문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현재 산업기술 유출 사건 중 일부, 즉 국가핵심기술의 외국유출(산업기술 보호법 제36조 제1항) 사건에 한해서만 합의부 관할에 속하며, 지식재산 형사사건 전반은 관할집중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전국 각급의 법원에 분산된 심리 구조에서는 사건의 축적과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첨단기술 유출 사건에 대하여는 재정합의 등을 통해 합의부 심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지식재산 형사사건까지 관할집중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2025년 9월 국회에 발의된 지식재산 소송 관할집중 확대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
한편, 2025년 1월 21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종래 산업기술 또는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침해범에 대하여 '고의' 외에 추가적으로 요구하던 '목적'을 삭제하여, 목적범에서 단순고의범으로 가벌성의 문턱을 낮추었다. 이와 관련해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에서도 영업비밀의 해외 유출에 관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보유자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행위자가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라는 단순한 인식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목적범에서 단순고의범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기술 탈취, 자율주행차량 데이터의 해외 전송, 외국산 보안기기 사용에 따른 위험 등 새로운 기술유출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법체계가 주로 내부자 범죄나 전통적인 산업스파이를 전제로 설계가 되어 있는 반면에, 디지털화·글로벌화된 현실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국가정보원법 등과의 연계적 대응이 필수적이며,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정책,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외국산 장비 사용 규제 등도 병행하여 검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러 차례 입법이 추진되었으나 무산된 바 있는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도 이번 국회에서는 처리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수사역량 강화 역시 필수적이다. 지식재산처 기술경찰이 2019년 6명에서 2025년 25명으로 확대되며 전문조직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기술침해 및 유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므로 인력충원과 함께 디지털 포렌식 역량과 국제 공조 체계를 포함한 종합적인 수사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