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첨단기술 분야 특허 우선심사 도입의 의미
글:류민오 변리사(특허법인 세움)
첨단기술 분야 특허 우선심사 도입의 의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첨단로봇, 인공지능 분야는 전세계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이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단순히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안보 및 국민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지식재산권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의 한 회사에 매년 수천억의 특허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알려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이 하나의 기업 성장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은 바이오 분야에서 특허는 기술이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산업이라는 전쟁터에서 기술은 특허라는 갑옷을 입어야 제대로 싸우고 승리할 수 있다.
최근 특허청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첨단기술 관련 출원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여 첨단기술 발명에 대해 빠르게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허 출원은 원칙적으로 심사청구한 순서대로 심사가 진행되고 첫 심사 결과를 받아보는 데에 현재 평균 1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우선심사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특허출원을 다른 출원보다 우선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로서, 이를 이용하면 빠르면 2-3개월 내에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 우선심사는 이렇게 예외적으로 빠른 심사를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에 모든 출원이 그 대상이 되지는 않고 출원 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하고 있거나 관련 법에서 긴급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규정한 출원에 한하여 허용된다. 특허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첨단로봇, 인공지능의 6개 분야를 국가 첨단전략사업으로 판단해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첨단기술 분야 특허에 우선심사를 도입하는 것은 특허제도 전반으로 보면 작은 제도적 장치이지만, 기업에는 신속한 권리 확보를 넘어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우선, 특허는 출원 상태에도 발명을 보호하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특허법에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술에 대한 독점배타권은 심사를 거쳐 등록이 된 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경쟁시대에서 우선심사 제도는 초격차 기술을 빠르게 선점하여 경쟁자들을 효과적으로 따돌릴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출원 이전에 국내 특허 출원을 선행하기 때문에 우선심사를 통해 빠른 심사를 거침으로서 해외 출원 전에 등록가능성 및 권리범위 정도를 가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해외 출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마켓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빠른 심사 제도는 해외 특허 확보를 위한 전략적 준비 과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첨단기술을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에 있어 자금 조달이나 기술 이전(Licensing out)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등록 권리가 있다는 점은 기술 개발과 사업 전개에 매우 유리한 요소가 된다. 등록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기술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자금 조달이나 기술 이전 실사에서는 심사를 거쳐 등록된 특허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기술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기업 입장에서 해외 특허 확보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특허라도 빠르게 권리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기업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더구나 현행 우선심사 제도 하에서 자기 실시를 하지 못하는 국책 연구소나 병원, 대학 등은 첨단기술 발명의 경우에도 빠르게 권리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는데, 이번 첨단기술 분야 특허의 우선심사 도입으로 이들 기관도 빠른 권리화를 통해 기술 이전이나 기술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다. 연구 중심 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에 이전되어 사업화되는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이점을 잘 살려서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권리 확보와 함께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심사 대상이 확장된다는 것은 그만큼 심사에 드는 역량이 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특허청은 심사처리 업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기술 분야의 심사관을 대폭 충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마켓에서 우리나라의 등록 특허가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더 제대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빠른 권리화도 중요하지만 부실 권리를 최소화하는 심사 품질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한국에서 특허 받은 기술이라면 다른 해외 국가에서도 특허 받을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또 다른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첨단기술 분야는 기존 심사 기준만으로는 적절히 권리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작은 기술적 차이가 산업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허청 심사관들이 종전의 심사 관행에만 의존해 지나치게 좁은 범위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등록을 허여하지 않아서, 우수한 기술이 사장되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