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로봇)의 법적 지위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기존 사회가 유지했던 법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상용화가 가져오는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법학에서도 역시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적 쟁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지평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자연인, 법인에 이어 전자인간 혹은 인공지능인이라는 새로운 법적 인간의 출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본 연구에서는 법인의 사회적 실재성과 권리주체성이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를 규정할 때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실재성은 점점 확대될 것이지만 그와 별개로 권리주체성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연인으로 구성된 법인에게 조직체로서의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과정은 많은 이론적 논쟁 속에 입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인공지능의 권리주체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인정할지의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3가지 요소가 일정한 이론적 잣대가 될 수 있다. 우선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결정능력을 보유한 결정주체인가, 일정한 책임재산을 보유할 필요가 있는가, 일정한 동일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의 판단을 통해 권리주체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력과 필요성 확대로 인해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이 연구는 그 시점을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법제도를 다시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적 연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다층적인 여러 특질은 이론적 일관성을 가진 규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체제로 인공지능이라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사회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관련 분야의 신속한 입법절차가 필요하나 논리적 체계성의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각 산업분야별로 인공지능 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제도 발굴 및 선제적 연구와 함께 인공지능이 가진 문제점이나 특징을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국내법이나 국제법이 인공지능을 법적 주체로 인정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법적 주체로서의 자격이 부여되지 않으면 그것이 야기한 손해에 대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에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논의가 강한 인공지능이 아닌 약한 인공지능의 현실 하에서는 로봇을 법적 주체로서 취급하는 등의 보다 고차원적인 의문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소유, 이용 또는 인공지능이 야기한 손해의 책임에 관해 주목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자율적 판단에 대한 책임의 귀속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유용한 창작물을 제공하고 있으며, 막연한 걱정의 대상이 되는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다. 더욱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보호와 산업의 진행을 위한 방안으로써 저작권 보호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일본과 유럽 주요국은 저작권법에 의한 인공지능 창작물 보호에 찬성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창작물을 보호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저작권법의 본연의 목적이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방향으로 그 보호의 범위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행과 같은 무방식주의하에서 장기간의 저작권 보호를 인공지능에게 부여할 경우 문화의 향상 및 발전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클로링과 빅데이터 처리에 있어서 지식재산의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database)”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인공지능의 기초가 되는 빅데이터와 강한 인공지능과 같이 스스로 형성한 빅데이터는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될 수 있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에게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한편 콘텐츠산업 진흥법은 콘텐츠의 디지털화 및 온라인화에 투하된 비용과 노력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고자 저작권법의 독점배타적 권리의 부여와는 달리 부정경쟁방지 법리를 적용하여 디지털콘텐츠 제작자의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기존의 지식재산권 범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부정경쟁의 원리를 적용하여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게임회사의 게임 규칙에 대해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기울여진 점을 인정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영국 게임회사인 킹닷컴의 ‘팜히어로사가’가 인기를 끌자, 국내 게임회사 아보카도는 2014년 2월 11일 이와 유사한 게임인 ‘포레스트매니아’를 출시했다. 이에 킹닷컴사가 부정경쟁법 차목 위반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은 게임의 전개 방식, 규칙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밖에 맵 화면, 안내바, 캐릭터 등의 유사성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부정하였다. 다만, 법원은 비록 게임의 규칙이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킹닷컴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 만든 몇몇의 ‘특수규칙’을 아보카드가 대부분 차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을 인용하였다.
인공지능에 의해서 코딩된 소프트웨어 특허는 누가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만약 인공지능이 발명한 것이라면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인공지능이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불가하다. 직무발명도 기본적으로 법인 등에 소속된 자연인의 발명에 대해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인의 발명과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인공지능이 발명한 특허는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로봇이 발명한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본 연구에서 탐구하는 로봇의 법적 지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는 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약한 인공지능의 단계이기 때문에 인간의 관여가 상당부분 존재하므로 인공지능이 만든 발명을 인공지능 자체에 귀속시키기 보다는 인간에게 권리를 주는 것이 특허법 체계의 혼란을 방지하고 자연인의 권리 주체성의 인정하는 것으로 타당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발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지식재산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체계인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특허권과 독점적·배타적 권리의 부여는 부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인공지능의 권리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지식재산의 생산 주체로서 인간과 같은 지위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인간의 보조 도구가 아닌 그 스스로 일정한 학습 능력을 통해 생산한 지식재산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권리주체성 문제와 함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소유자인 개인 혹은 법인에게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인간의 창작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권 제도의 근간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인공지능의 등장이 지식재산제도의 미래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향이 미래 지식재산 제도와 정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