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과
양형기준 정비 필요성
장항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
본문
'국가핵심기술'이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기술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술유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유출 시도 적발건수는 총 116건이었으며, 2023년에는 산업기술 유출 적발건수가 5년 내 최고치인 23건에 달하였다.
| 구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합계 |
|---|---|---|---|---|---|---|
| 국가핵심기술 | 5건 | 9건 | 10건 | 4건 | 5건 | 33건 |
| 산업기술 | 14건 | 17건 | 22건 | 20건 | 23건 | 96건 |
기술유출 수사전문가에 따르면,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이 아닌 「형법(절도, 배임)」이 적용된 사고 건수와 범죄가 드러나지 않은 사고 건수, 범죄가 드러나더라도 신고되지 않은 사고 건수를 더할 때 실제 기술유출 사고 발생 건수는 대외적으로 공표된 기술유출 사고 건수의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장비업체가 원청업체와 비밀 유지계약을 어기고 최신 반도체 제조 및 세정 관련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는가 하면, 한 디스플레이 기업에서는 보안시스템 취약점을 악용하여 기술자료를 해외 이직 예정 기업으로 전송한 시도가 적발되는 등 그 유형과 수법도 다양하다.
이러한 기술유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기술 개발, 보안 전문인력양성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 차원에서 기술유출 동기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법률에 따른 처벌이다. 합리적으로 행동할 개연성이 높은 기술유출 범죄자는 기술유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을 비교하여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데, 기술유출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이 무색할 만큼 큰 벌금과 장기간의 징역형이 주어진다면 기술유출 시도를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엄청난 피해액에도 기술유출범죄의 형량이 낮아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등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이 일정 수준 상향되었다.
| 구분 | 국내 침해 사고 | 해외 침해 사고 |
|---|---|---|
| 영업비밀 |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 |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 |
| 산업기술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 |
| 국가핵심기술 | - | 3년 이상 징역과 15억 원 이하 벌금 병과 |
그러나, 현실은 법정형의 상향에도 실제 기술유출 범죄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며, 실형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법정형에 비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 유출사건에서 실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불과했고,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 형량은 법정형이 최대 15년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4.9개월 수준에 머물렀다. 기술의 중요성과 기술유출이 국가 경제안보에 끼치는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처벌 수준은 지금까지 매우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양형기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을 의미하는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을 지니고 있지만,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법관은 일반적으로 양형기준을 존중하게 된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국내 양형기준 준수율이 각각 92.2%와 92.1%에 달하는 등 양형기준은 형량의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과거 영업비밀 침해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법정형의 절반 미만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산업기술보호법」 등과 관련된 산업기술 침해행위 대한 양형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아 법관들은 영업비밀 침해행위 양형기준을 바탕으로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침해행위의 형량을 판단했다. 이에 2024년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양형기준을 신설하는 동시에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양형기준 한도를 강화하여, 2024년 7월 이후 공소가 제기되는 사건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18년까지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형기준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보다 정확하게 가중요소 등을 설정하여 모호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여전히 충분한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양형기준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판결을 위한 양형인자 해석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다면 양형기준 내에서 계속해서 낮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유출 범죄 중 낮은 형량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하면 양형사유로 '손실의 구체적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점'이 주로 등장한다. 즉, 피해 규모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심각성에 비해 약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개정된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는 '피해규모가 큰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와 같이 여전히 양형인자가 모호하게 정해져있다. 기술유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형기준을 다시 구체화하고 관련 제도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정확한 피해규모의 산정을 위해, 이를 객관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협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법원 재량으로 손실액을 산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넘어, 진술권을 보장하여 피해기업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고, 피해기업의 투자, 시장손실, 기회이익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객관적 피해금액 산정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유출 범죄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서 국가의 안보와 국민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중대 범죄이다. 기술유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접근방법(보안기술개발, 보안문화조성, 보안인력양성 등)이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도 법·제도 정비를 통해 기술유출 동기를 억제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엄격한 처벌만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명확한 처벌기준의 설정은 기술보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지를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방법 역시 정부 단독이 아닌, 피해금액 산정방법론 개발을 위한 학계의 노력, 이에 의견을 수렴하는 산업계의 노력, 대중의 설득과 제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동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의 머리를 맞대어 양형기준의 명확화와 재정비를 이룰 수 있다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소중한 우리기술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