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P ODA 실태와
효과성 제고 방안
유설희(한국특허정보원 해외정보화기획팀장)
본문
정부는 2024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역대 최대인 6조 2,629억원으로 확정하며 전년대비 31.1% 증가한 규모로 대폭 확대하였다. 팬데믹 종결에 따라 GNI 대비 ODA 비율 또한 역대 최고치인 0.17%(2022년 기준)에 도달하였다. 이는 2019년 지원규모(3.2조원) 대비 총 ODA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국제 약속1)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재권 분야의 ODA(이하 IP ODA) 규모는 전체 ODA 규모와 비교하여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IP ODA는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 중점협력 분야 중 개도국의 경제혁신 및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행정 분야에 속한다. 2024년 공공행정 분야 ODA 규모는 4,434억원(전체의 8.6%)으로 인도적 지원, 교통, 보건, 교육, 에너지 등 총 11개 중점협력 분야 중 4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공행정 중에서 지재권 분야 무상원조 사업으로 그 지원 규모를 한정하면 IP ODA 규모는 약 56억원(2024년)으로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약 1.3%에 그친다.3)
IP ODA의 미미한 지원 규모의 외적인 요인으로 지재권 분야가 개도국의 공적개발원조 우선순위에서 교통, 보건 등의 사회 인프라 구축 및 인도적 지원보다 낮다는 데서 기인한다. 지재권이 한 국가의 지식기반 산업 성장을 위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산업 경쟁력 강화, 1·2차 산업에 치중되어 있는 개도국의 불균형한 경제구조를 전환시키는 동력임에도, 개도국에서는 그 중요성이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개도국의 IP 중요도에 대한 인식 부족과 낮은 ODA 우선순위와 별개로 우리나라의 IP ODA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ICT 기술 우위 및 디지털 정부 강점을 내세워 공공행정 분야의 디지털 전환, ICT ODA 추진을 확대하고자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럼에도 IP ODA의 공공행정 규모는 지난 10년간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개도국 대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온 IP 행정정보 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KOICA 무상원조사업 누적금액 기준 약 1,243만불 수준4)에 그친다. 한국 특허청 등 정부부처의 IP ODA 기금도 대다수 적정기술 및 브랜드 개발사업 또는 WIPO 신탁기금 활용사업으로 한정되어 있어, 법제도 개선 지원부터 시스템 구축 및 심사 역량강화 등 IP 행정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ODA를 주도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IP ODA 지원 체계를 위한 국내 IP 정보 서비스 및 산업의 구조적인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이다. 시스템 개발사업의 경우, 공공기관-중소기업 간 컨소시엄 또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독자적인 사업수주형태로 진행되어 왔으나 지원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민간기업 풀(pool)은 매우 취약하다. 또한 역량강화 연수사업 역시 발명진흥회, 한국특허전략원 등 일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세행정 ODA의 경우 관세청에서 시스템 수출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여 현재까지 약 47개의 중소기업이 유니패스 시스템 고도화 및 수출 사업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기업이 해외진출 확대에도 노력한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IP ODA 사업의 효과성 제고와 지원 규모 확대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음의 세가지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IP 공공행정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연속적·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 국가 또는 지역을 선정하여, 지재권 법제도 컨설팅부터 심사 및 행정 역량 강화, 행정정보 시스템 고도화, 지속적인 활용을 위한 IT 역량강화 등 수원국의 IP 행정체계 전반에 걸친 유기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수원국의 IP 행정체계가 견고해질수록 우리나라 진출기업의 지재권 보호체계 구축은 자연스럽게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둘째, 정부부처 차원에서의 ODA 기금 확보 및 다자협력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산업재산 정보 관련 국제기구·외국정부·기업 단체등과 국제협력을 활성화하고자 「지식재산 기본법 및 산업재산 정보 활용 촉진법 」이 지난 2월 제정(2024년 8월 7일 시행 예정, 제21조 국제협력)되었다. 특허청 자체 국제개발협력 활성화를 위한 예산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더불어 단기적인 초청연수 형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역량강화로의 확대, 공공행정 정보시스템 개선 연계 등 IP 행정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WIPO 협력 확대 및 그 외 다자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셋째, IP ODA를 위한 국내 IP 정보서비스·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민관협의회 및 IP 공공기관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정부부처·공공기관에서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ODA 지원 대상 개도국 선정부터 사업형성 및 수행까지 민관 또는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해 공공은 공공의 역할을, 민간은 민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주체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여 전략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민간, 양·다자, 유·무상 원조를 연계하는 패키지화,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원국 여건에 맞춘 실질적인 ODA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으로 이뤄져왔던 IP ODA 지원도 앞으로 연속적·장기적 관점의 유기적인 IP ODA 접근, IP ODA를 위한 다양한 재원 확보 노력 및 다자협력기반 구축, 그리고 정부·공공기관·민간 각 섹터간 역할 정립과 협력 기반 마련을 통해 더욱 실효성 있는 ODA 확대 및 성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 1) 오사카 G20 정상회의(2019년 6월) 및 제3차 국제개발협력종합기본계획(2021년 1월)
- 2) 제4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보도자료, 국무총리실, 2024. 2. 29
- 3) 2024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확정액 기준), 관계부처, 2024. 2. 29
- 4) '짐바브웨/ARIPO 특허행정 전산 인프라 개선 사업'(2013-2015, 580만불), '이집트 지식재산권 자동화 시스템 개선사업'(2019-2022, 290만불), '튀니지 산업재산권 공공행정 정보시스템 개선 사업'(2022-2026, 373만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