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쟁송시스템의 생태계 혁신을 위한
쟁점과 과제
김원오(인하대학교 로스쿨 교수)
본문
현 우리나라의 특허쟁송시스템과 그 인프라는 원활하게 잘 작동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는 징표가 여러 측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의 영업비밀 침해소송도 미국의 ITC에서 진행되는 등 원정소송이 늘고 있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은 과도한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변호사와 변리사의 협업체계가 잘 갖추어진 대형로펌를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IP전문 개인 변호사나 중소법률사무소를 찾기도 어렵다. 이들이 클 수 있는 생태계와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특허침해를 당해도 공격적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허청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개선책을 내었지만 정작 그 수요자인 기업들이 싸늘하게 반응하였다. 로스쿨의 공대생 진학률이 급감하고 지식재산 특성화가 무너져서 로스쿨을 통한 지식재산 전문변호사 양성계획도 거의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특허청과 사법부간에도 항소심의 심리범위, 권리범위확인심판 존폐론, 변리사의 선택적 공동소송대리권 부여 문제를 두고도 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의 설치와 침해사건 항소심 관할권 집중과 국제재판부의 설치 등으로 외연이 확대되었으며 25년간의 운영을 통한 법해석의 통일과 축적된 재판 노하우가 이루어낸 성취도 있지만, 여전히 특허법원의 판결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이러한 징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의 지식재산 보호시스템은 그동안의 많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생태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하 몇 가지 쟁점 과제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먼저 특허쟁송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특허쟁송의 품질에 대한 수요자 기업들의 신뢰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기업간의 소송도 해외 원정 소송이 증가하는 것은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낮고, 소송 기간이 길며, 대리인 비용이 높고 증거조사절차와 합리적 판결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IP분쟁해결의 주체인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을 비롯한 IP전문법원과 소송대리를 담당하는 변리사와 IP전문변호사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특허판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특허법원에로의 관할집증 노력도 법해석의 일관성 도모는 물론 법원의 전문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교류가 부족하고 심판과 소송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두고 있는 규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IP보호 전문가인 변리사와 특허변호사의 양성 및 선발환경을 개선하고 연수체제를 정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둘째, 증거의 구조적 편재 문제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이로 인해 침해유무 판단과 손해액의 입증이 어렵고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없어 특허에 대한 불신 풍조가 조성되거나 인센티브로서의 수단적 매력이 감소될 수 있다. 일찍이 이 문제에 역점을 두고 특례규정과 자료제출명령 제도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꾸준히 해소해 왔지만, K-디스커버리 법안은 아직도 최종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어떤 면을 우려하고 있는지를 잘 간파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관련 제도의 도입이 요청된다.
셋째, IP보호 전문가 양성환경과 IP법률서비스 제공 체제에 문제가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그간 사법개혁을 단행해 로스쿨체제로 법률가 양성시스템을 변경 하는 등 개혁을 시도였지만 유독 IP법률서비스의 장벽은 여전하다. 이미 일본·중국·EU·영국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을 위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인정하면서 그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여 왔다. 특히 영국의 전통적 소송대리인 제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 2007년의 '법률서비스법(Legal Services Act 2007)'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2023년 6월 개원한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세계 각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로스쿨 출범시 이공계생들이 대거 로스쿨로 진학하여 IP법과 실무훈련을 받고 지식재산권법을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로스쿨에서 특허변호사 양성과 기술판사의 재원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그 기대도 요원해졌다. 더욱이 치열해지는 과학기술과 특허전쟁 시대에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부응하고 융합과 초연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IP쟁송에 대한 법률서비스 등 하부구조의 재편이 절실히 요구되며 대형로펌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IP법률서비스의 왜곡된 독점체제의 개편도 요구된다. 특히 변리사 공동(추가)소송대리의 허용은 대형로펌 위주로 편재되어있는 현행 IP법률서비스 시장의 왜곡된 독점체제의 개편을 초래해 IP법률서비스 시장 참여자의 저변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서비스 수요자인 기업에게도 매우 유의미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이러한 체제변화를 통해 후진적 IP법률서비스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고 칸막이 장벽을 걷어내는 문제는 선진국으로 위상을 제대로 갖추어 감에 있어 요구되는 마지막 결단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히도 지식재산연구원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리 법원에서 특허소송을 기피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와 '관할권 집중'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국내 법원의 지식재산 전문성 강화와 국제적 위상 강화방안를 점검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한다고 한다. 부디 이 포럼을 통해 해당 쟁점뿐 아니라 앞서 제기한 다양한 문제점, 특히 포럼쇼핑, 대형로펌 의존도가 높은 소송비용 구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심각한 IP법률서비스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제대로 밝히고 어떤 근원적 문제점과 불합리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