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와
지식재산(IP)
최재식(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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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 에너지 CEO를 지명하고,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를 신설하는 등 석유·가스·석탄 등 미국이 보유한 전통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외국 의존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후보 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과 각을 세워왔던 트럼프는 화석연료 산업 부흥을 기치로 내세웠던 본인의 공약을 차근차근 이행에 나설 기세이다. 화석연료 생산 확대, 환경 규제 완화,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및 국제 기후 협약 탈퇴가 예상되는 미국의 정책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은 거대한 도전을 앞두고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으며 언론의 집중을 받았던 연료전지 기술은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2차전지(리튬이온 배터리)로 관심이 옮겨졌다. 특히, 2015년 이후 전기차의 상용화와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이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소 경제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잠시 높아지면서 연료전지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증가한 바 있으나 충·방전이 반복적으로 가능한 2차전지와 달리 연료전지(Fuel Cell)는 말 그대로 연료(Fuel)가 공급되어야 하며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성할 뿐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는 없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탱크를 장착해야 하고 연료전지 스택(Stack)이 포함되어야 하는 반면 전기차는 대량 생산 및 기술 발전으로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보급이 확대되는 등 장점이 있고, 그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역시 매우 각광받는 핵심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에 LG와 SK 그리고 삼성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도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2024년 시설투자비용 합계는 25조 원 이상으로 전망되고, 이는 2022년 대비 약 2배,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규모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던 추세 속에서도 미래 선점을 위한 투자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은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가능성은 미국 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친환경 정책 후퇴는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배터리 산업에 마이너스 요소이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은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에게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가장 강력한 창과 방패는 바로 지식재산이다. 지식재산 제도는 혁신을 보호함으로써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도구가 된다. 첨단 배터리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여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고,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그것과 달리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분말 형태의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이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가 없어지고, 고체전해질이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하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가연성있는 유기 용매로 이루어져 있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이 열로 녹거나 충격으로 손상되는 경우,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있으나, 전고체전지는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다. 전해질이 고체로 대체되면 온도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져 넓은 영역대에 걸친 배터리 구동이 가능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이온전도성은 극복해야 할 단점이다.
전고체전지는 전해질과 전극 소재는 물론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기술 혁신이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분야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핵심 특허 확보는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가지는 열쇠가 된다. 전고체전지 기술을 선점하고 지식재산이라는 무기로 무장한다면 이를 활용하여 더욱 고도화된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은 물론 배터리 제조사 또는 전기차 제조사와 파트너십 구축에 있어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 기술 헤게모니 장악의 중요성은 IT 및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구글, 애플 그리고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점에서는 물론 최근 우주 기술에서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산업을 선도하며 우주 기술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해가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술 헤게모니는 국가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강력한 지식재산권은 연구개발 투자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기술 혁신을 지속하게 만들 수 있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없으면 결국 혁신 기술은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궁극적으로는 성장 동력이 약화되게 될 것이다.
어느 산업에서나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으나,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위험에 좌절하지 않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주도하며 지속 가능한 혁신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면서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